전)광주광역시교육연수원총무부장 윤은상

아름답고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 가을을 보내면서 우리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숱한 일들을 되돌아보며 후회스러운 일들은 뉘우치기도 하고 감사한 일들은 되새기기도 하면서 다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20세기 최고의 시인 중의 한 사람인 엘리엇은 그의 작품 ‘황무지’에서 인간을 텅 빈 사람인 동시에 가득 찬 사람이라고 언급하였다.

인간의 마음에 채워져야 할 것들은 비웠고, 없어야 할 것들만 가득 들어 있는 인간 마음을 빗대어 갈파한 것이다. 사실 우리에게는 있어야 할 것들 대신에 서로를 신뢰하는 믿음이 없고, 이웃을 향한 따뜻한 사랑이 메말랐고, 내일에 대한 비전이 없으며, 오늘의 삶에 대한 감사함이 없는 텅 빈 사람들인지 모른다.

그런가 하면 없어야 할 것들 대신에 쉽게 타인을 비판·정죄하고, 타인의 기뻐함을 시기·질투하며, 모든 죄의 근원인 탐욕으로 가득 채워지며, 성결함을 더럽히는 음란과 쾌락으로 가득 찬 사람으로 살아가는 날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우리의 삶에는 감사함이 메말라 간다. 감사함이 메마른 자리에는 더욱 차갑고 고뇌스러우며, 행복함이 없어져 극단적인 죽음까지 생각할 때도 있다.

나는 “범사에 감사 하라”는 성경 구절을 매우 좋아한다. 왜냐하면 매일 매일 감사의 생활을 통해서 놀라운 긍정적인 삶의 변화를 체험했기 때문이다. 인간이 만든 언어 중에서 ‘감사’라는 단어처럼 포근하고 따뜻하고 아름답고 행복한 단어가 또 있을까? ‘감사’라는 말에는 겸손과 배려와 존중의 뜻이 담겨 있다.

우리가 하루를 살아가면서 감사할 조건을 찾아보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며 감사의 이유 또한 충분히 있다. 이 지구상에는 72억의 인구가 살고 있지만 10억 이상이 기아에 허덕이고 인구의 절반이 무엇을 먹을까 염려하면서 모진 삶을 연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에 태어나지 아니하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에 태어나 조선 시대 역대 왕들보다 질 높은 삶을 누리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걸을 수 있기를 원하고, 설 수 있기를 말할 수 있기를 볼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며 절박한 심정으로 기도하고 있지만 나에게 이런 기적이 날마다 일어나고 있음을 알았을 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사건· 사고 많고 질병 많은 이 세상에서 건강하게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아침에 일어나 눈부신 태양을 바라보고 청정한 공기를 마시며 사계절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바라볼 수 있게 됨도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세상의 삶이 힘들수록 주위를 바라보면서 감사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감사의 조건들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가졌거나 마음만 먹으면 가질 수 있는 평범한 것들이다. 단지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을 뿐이다.

인기, 존경, 돈 모두를 가진 방송인 ‘오프라 원프리’의 인생도 처음엔 정말로 암울했다. 지금은 남들이 가장 부러워하고 가장 바쁜 생활 속에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하루 동안 일어난 일들 중 다섯 가지의 감사의 조건을 찾아 일기를 쓴다.

감사의 삶이 오늘의 그녀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감사함을 찾으면서 감사의 생활에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불평이나 불만이 있을 수 없다. 모든 것이 고마울 뿐이다.

같은 시간을 보내고, 같은 일을 하면서 감사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항상 불평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상황에 따라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모습 그대로 항상 감사하면서 사는 사람이다.

감사의 분량이 행복의 분량이다. 아무리 지식과 명예와 권세와 부를 많이 가졌다 할지라도 감사하는 마음이 없으면 진정 풍요로운 삶은 누릴 수 없다.

감사는 말과 행동으로 표현했을 때 그 진가가 나타난다. 소박한 감사의 말 한마디가 메마른 관계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고, 마음이 담긴 감사 한마디가 고통의 자리를 회복의 자리로 바꿔 놓는다.

우리의 삶이 비록 절절함과 생생함이 떨어진다 할지라도 부정적인 기분에 압도당하지 아니하고 조그만 행복에도 크게 감사함을 느끼며 자족하면서 감사의 조건을 찾아 살아간다면 일상의 무력감에서 오는 자살 충동도 예방하고 희망의 삶을 살아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가을은 풍요롭고 아름답지만 고독하고 슬프기도 하다. 욕심 없이 살다가 물러나는 단풍잎처럼 인생의 가을을 맞이하여 비울 때를 알고 그 비운 공간에 감사조건으로 가득 채울 때에 단풍잎보다 더 아름다운 빛과 향기를 발하여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